나의 이야기

10월 20일 간의 날, 그 유래.

Jeong Han Kim 2018. 10. 21. 20:54

매년 10월 20일은 간의 날입니다. 대한간학회에서 2000년부터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죠. 올해로 19회 입니다. 왜 10월 20일 일까요?

이날은 바로 성산 장기려 박사가 1959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대량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한 날입니다.


장기려 박사는 평안북도 출생으로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나고야제국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평양의과대학과 김일성종합대학 외과교수를 지냈습니다. 1950년 전쟁중 처자를 북에 두고 차남과 함께 월남하였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교수가 되었습니다. 이후 1951년 고신대학병원의 전신인 복음병원을 부산에 세워 1976년까지 원장으로 재직하며 인술을 베풀었습니다.

1968년 한국 최초의 사설 의료보험조합인 부산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설립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당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비용 계산을 인건비를 제외하고 책정하여 저수가 구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비판 아닌 비판도 있습니다.) 1976년 청십자의료원을 설립하여 환자 진료를 계속하였으며 1974년 한국간연구회 창립을 주도하여 초대회장을 맡았고, 장미회(간질환자 치료모임) 창설, 부산 생명의 전화 설립, 장애자재활협회 부산지부 창립에도 앞장섰습니다. 

간장외과 분야의 발전과 의료 인재 양성, 인술에 대한 업적을 인정 받아 1976년 국민훈장동백장을, 1979년 막사이사이상(사회봉사부문)을 받았으며, 1995년 인도주의 실천 의사 상 등을 받았습니다. 노년에는 병고(당뇨병)에 시달리면서도 백병원 명예원장으로서 집 한칸 없이 협소한 사택에서 지내면서 마지막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박애와 봉사정신으로 인술을 펼쳐 한국의 성자로 칭송 받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당시 김일성을 수술한 공적으로 존경 받았고 월남한 이후에도 북에서는 월남이 아닌 납치 당한 것으로 판단해서 북에 남은 처자 모두 무사히 지내는 등 남과 북 모두에서 존경을 받은 드문 인물이 되었습니다. 북에 남은 장남 장학용도 의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부검의인 문국진 교수가 제자인데 당시만 해도 부검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터부시해서 부검의의 길을 포기하려던 문국진 교수를 독려해서 계속 그 길을 가게 한 것이 장기려 박사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법의학의 역사 또한 후퇴 했겠지요.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에서 부검을 맡아 양심적으로 사실을 밝혔던 황적준 교수가 문국진 교수의 제자이니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와도 관련이 깊다 하겠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1995년 12월 25일 성탄절에 85세의 나이로 당뇨병으로 사망하였으며 1996년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 2006년에는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에 헌액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