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술 한 잔도 안 되나요?

Jeong Han Kim 2018. 8. 26. 21:56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게 금주를 권고할 때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딱 한 잔도 안 되나요?"

정말 한 잔으로 끝낸다면 큰일이겠습니까만 대부분의 경우 한 잔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금주하시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누구는 말짱하고 누구는 간경변까지 이르는 등 개인차가 있지만 적정량이 얼마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져 왔습니다. 1-2잔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하지만 최근에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다릅니다.


지난 한주 외신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건강 관련 이슈는 소량의 음주도 해롭다는 Lancet에 발표된 연구결과입니다.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8)31310-2/fulltext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8)31571-X/fulltext

Global Burden of Diseases 연구 일환으로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195개 국가의 1990년부터 2016년까지의 2천800만 명 음주 관련 자료를 분석하였으며 음주로 인한 위험을 고려할 때 "안전한 수준의 술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하루 한 잔의 음주는 간질환과 결핵, 암 등 23개 알코올성 질병에 걸릴 위험을 0.5%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도 관심이 갑니다.

https://aasldpub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hep.30170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에서 소량의 음주도 간섬유화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코흐트 연구입니다. 참고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뿐 아니라 일정량 미만으로 음주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보다 앞서 미국 국립보건원은 적정량의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임상 연구를 중단시켰습니다.

주류업계에서 연구비 지원하면서 연구 설계 등에 관여했다는 이유입니다.

소량의 음주가 안전하고 건강에 도움 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부정되어야 할 때가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술이 인간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겠으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마실 이유는 없다 하겠습니다. 적정량의 음주란 없으니까요.